글을 모르는 사람들을 대신해 편지를 써주는 것으로 생계를 이어가는 초로의 전직 여교사 도라는 어느 날 안나와 그 아들의 부탁을 받는다. 아버지에게 보낼 편지를 써달라는 부탁을 받고 도라가 잠시 역을 나선 순간 안나가 그만 차에 치여 사망한다. 도라는 갑자기 엄마를 잃은 아이를 어쩌지 못해 아이의 아버지를 찾기 위한 여행을 떠난다. 베를린영화제에서 최우수 작품상과 여우주연상을 받은 작품으로, 월터 살레스는 도라와 아이의 여정을 통해 브라질의 현실을 보여준다. 원주민들의 모습, 순례와 축제, 황량하고 마른 땅과 한없이 뻗은 신작로 등 브라질의 풍광을 배경으로 영화는 도라와 아이 사이에 싹트는 인간에 대한 사랑을 전달한다. 살레스는 반문맹인 여성 장기수와 저명한 조각가 사이에 오랜 세월 주고받은 편지를 기초로 만든 자신의 다큐멘터리 <또다른 어떤 곳의 삶>에서 <중앙역>의 아이디어를 떠올렸고 아이 역을 맡은 배우는 리우 공항에서 구두닦이를 하던 소년이었다.

타타르 제국의 침략을 받은 15세기 러시아의 수도사 안드레이, 다닐, 키릴은 일을 찾아 수도원을 떠나는데, 떠돌아다니던 그들은 전쟁과 약탈, 강간과 살인 등 참혹한 현실과 만난다. 그들은 마침내 성상화의 대가 테오판을 만나게 되고, 테오판은 우직한 안드레이를 제자로 선택한다. 그러나 안드레이는 수도원 밖의 현실, 용서와 구원에 대한 내적 갈등으로 더 이상 벽화를 그릴 수가 없다. 격정의 15세기 미술계의 아이콘이었던 안드레이 루블로프의 삶을 그린 영화. ‘삼위일체’로 유명한 15세기의 성상화가 안드레이 루블료프의 인생과 고뇌를 그린 타르코프스키의 두 번째 장편으로, 9개의 에피소드가 연결된 프레스코 구조를 지닌다. 역사의 기록에만 몰두하며 순수 예술가로 남을 것인지 아니면 정치와 시류의 흐름을 쫓아 갈 것인지를 두고 고민하는 종교화가의 안드레이 루블로프의 고뇌를 통해 예술의 본질 탐구와 동시에 당시의 사회상을 꼬집은 수작으로, 침략 전쟁, 기아, 질병에 고통받는 러시아 민중의 삶을 배경으로 '예술이란 무엇이며, 무엇을 해야 하는가?'를 묻고 있는 이 영화는 안드레이 타르콥스키의 작품 중 가장 '역사'에 가깝게 다가서고 있다. 여러 개의 에피소드들이 느슨하게 연결되어 있는 '프레스코' 구조를 지니고 있으며, 마치 거대한 프레스코 벽화를 보는 듯한 웅장한 느낌을 준다.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는 의 감독 콘찰로프스키와 사석에서 대화하던 중에 신비의 베일에 싸여있던 15세기의 성상 화가 루블레프에 매력을 느껴 영화화할 것을 결심했다고 전한다. 공개 당시 당국의 정책을 비판했다는 이유로 상영이 금지되기도 했다.

1947년 프린스턴 대학교, 시험도 보지 않고 장학생으로 입학한 존 내쉬(러셀 크로우). 어느 날 친구들과 함께 들른 술집에서 금발 미녀를 둘러싸고 벌이는 친구들의 경쟁을 지켜보던 존 내쉬는 섬광같은 직관으로 균형이론의 단서를 발견한다. 1949년 27쪽 짜리 논문을 발표한 20살의 존 내쉬는 하루 아침에 학계의 스타로, 제2의 아인슈타인으로 떠오른다. 이후 MIT 교수로 승승장구하던 그는 정부 비밀요원 윌리암 파처(에드 해리스)를 만나 냉전시대 최고의 엘리트들이 그러하듯 소련의 암호 해독 프로젝트에 비밀리에 투입되는데...

벵갈의 부유한 영주 비스왐바르 로이. 하지만 그에게 더 이상의 추가 수입은 전무하고, 강의 범람으로 토지는 점차 줄어들고 허물어진다. 그럼에도 사치스런 생활을 지속하며, 저택에서 가장 화려하게 꾸민 ‘뮤직룸’에서 음악을 즐기고, 연주회를 열던 로이는 쇠락해가는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고 옛 영광만을 추억한다. 벵갈의 가난한 소년 아푸의 일생을 연대기적으로 그린 ‘아푸 3부작’으로 인도영화의 선구자는 물론 세계적 거장으로 자리매김한 레이는 ‘아푸 3부작’과 마찬가지로 네오리얼리즘적인 시선을 유지한다. 이전보다 좀 더 침울하고 애조 띤 화면은 한 시대의 우울한 몰락 과정을 감각적으로 환기시킨다.

결혼한 지 18년이 된 베스(Beth Heke: 레나 오웬 분)와 제이크(Jake Heke: 테무에라 모리슨 분)에게 사랑이란 운명처럼 저항할 수 없는 것이었다. 호전적인 성격과 탄탄한 근육에서 쏟아져 나오는 정열을 가진 제이크는 아내 베스에게 세상 그 무엇보다도 소중하고 사랑스런 남편이었다. 세월이 흘러 뜨거운 사랑으로 맺어진 이들은 이제 어엿한 다섯 아이의 부모가 되어 있다. 그러나 베스에게 삶이란 생존의 의미로 다가서고 현실은 그녀의 영혼을 날카롭게 할퀴며 파고 든다. 백인 우위의 사회에서 하층계급으로 전락하여 빈곤에 허덕이는 마오리족의 운명을 타고난 베스에게 '희망'이란 사치스런 단어에 불과하다. 제이크의 실직과 도박, 음주 그리고 야수적인 폭력이 베스의 영혼을 좀먹기 시작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가정이라는 테두리를 지키기 위해 자신에게 던져진 현실을 외면하려 애쓴다. 그러나 그러한 노력은 오히려 그녀를 파멸의 길로 이끌 뿐이다. 현실의 암울함에 미래를 포기한 큰 아들 닉(Nig Heke: 줄리안 아라한가 분)은 갱단에 가입하고, 둘째 아들 부기(Boogie Heke: 타운가로아 에밀 분)는 소년원으로 보내진다.

첼리스트 루카. 한때 교향악단에서 환호성과 박수갈채 속에 파묻혀 지냈지만 지금은 장례식 연주와 묘비명에 페인트칠하는 변변치 못한 소일거리로 생계를 연명한다. 독신이지만 그에게는 항상 여자가 있다. 냉소적이며 자유주의자인 그도 고독을 쉽게 피해갈 수는 없다. 친구가 묘한 제안을 해왔다. 한 여자와의 계약 결혼. 그녀가 영주권을 얻을 때까지만 부부처럼 지내면 된다고 한다. 처음엔 거절했지만 두둑한 돈봉투의 유혹을 뿌리칠 수 없다. 그 돈이면 무거운 첼로를 싣고 다닐 수 있는 중고차 한 대쯤살 수 있으리라. 루카에게 난처한 일이 생겼다. 계약결혼한 여자가 다섯 살바기 코흘리개 아들을 남겨두고 애인을 찾아 독일로 망명해 버린 것. 꼬마 콜리야는 할머니 집에 맡겨졌으나 그 할머니마저 노환으로 몸져 누워버려 어쩔 수 없이 법적인 아빠 - 루카에게 온 것이다. 처음엔 계속 훌쩍거리기만 하는 아이가 왜그리 귀찮은지. 콜리야는 어느새 루카의 전부가 되었다. 자전거도 타고, 사진도 찍고, 캠핑도가고, 만화영화도 같이보고. 코흘리개 루카를 아빠라고 부른다. 하지만 만남은 언제나 이별을 준비하는 법. 둘만의 행복한 시간을 보내던 콜리야와 루카는 서독에서 온 엄마의 방문을 받는다.

대담하고 반항적이며 기운찬 마리아 알바레스는 콜롬비아의 보고타 북쪽에 위치한 시골마을에서 자라났다. 그녀의 직장, 가족 그리고 동네는 지루하고 재미없을 뿐 아니라 그녀와는 도무지 맞지않는다. 대도시로 직장을 구하러 간 길에 만난 한 상냥한 도시 젊은이는 그녀에게 모험을 해보지않겠느냐고 제안한다. 친한 친구 블랑카와 함께 그녀는 미국으로 가는 비행기를 타게 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마리아는 자신의 힘과 용기 그리고 인간성을 시험하는 상황들에 맞닥뜨리게 된다.

19세기 말, 우츠 시는 유럽 섬유 산업의 중심지로, 전세계에서 가장 큰 유대인 집단이 장악하고 있었다. 이곳은 수천 명에 달하는 실업가들의 탐욕을 채워줄 무한한 기회가 제공되는 초기 자본주의자들의 땅이다. 안제이 바이다 감독은 의욕에 찬 세 명의 친구들에 초점을 맞춰 이야기를 전개하지만 동시에 수많은 인물들에 대한 세밀한 관찰도 놓치지 않는다. 사회 내부에서의 계급 갈등, 인간의 어두운 면, 자본주의 체제의 본질 등에 대한 완벽한 묘사가 눈에 띄는 작품이다.

상하이 익스프레스의 많은 승객들은 내전으로 인해 여행이 예상보다 3일이 더 걸릴지도 모른다는 사실보다 유명인 상하이 릴리(마를렌 디트리히 분)에 관심이 더 많다. 영국 군의사인 도날드 하비(클라이브 브룩 분)은 릴리가 유명해지기 전부터 그녀를 알고 지냈다. 이 때 중국 열차강도가 기차를 공격하고 하비가 인질로 잡히게 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