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제2차 세계대전. 체코의 작은 마을에도 나치의 마수는 어김없이 드리워지고, 유대인의 상업행위에도 제동이 걸린다. 이로 인해 가난하고 어수룩한 소작농 토노에게 귀가 들리지 않는 노년의 유대인 과부 로잘리가 운영하는 단추 가게를 가로챌 기회가 찾아온다. 동서가 기관원인 든든한 빽을 둔 덕에 공짜로 가게를 차지하게 된 토노와 졸지에 피고용인 신분이 되어버린 로잘리의 사이가 좋지 않은 건 너무도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매일같이 투닥거리는 와중에도 토노는 로잘리에게 진심 어린 우정을 느끼게 되고, 며칠 뒤 그녀가 아우슈비츠에 끌려갈 운명임을 알게 되자 감당할 수 없는 혼란에 빠져든다.

리자(알렉산드라 슬라스카 분)는 아우슈비츠에서 SS감독관으로 있었던 자신의 과거에 대해 두 가지 다른 회상을 들려준다. 첫 번째 회상은 전쟁이 끝난 수 독일로 돌아가는 화려한 쾌속선에서 남편에게 들려주는 불온한 부분을 삭제한 버전이다. 그녀는 서로 사랑하는 사이인 남녀 수감자가 만날 수 있게 호의를 베풀었지만 그 이상 그들의 운명에 관여할 힘은 없었다고 말한다. 리자가 혼자 회상하는 두 번째 버전에서는 그녀의 동기가 좀더 복잡하고 모호하며 여자 수감자에 대한 집착적 관계가 드러난다.

2123년. 아포칼립스의 도시 부다페스트. 한정된 자원과 식량난 속에서, 이곳 사람들은 50살이 되면 나무로 변해 스스로 도시 에너지원이 되어야 한다. 사랑하는 아내 노라가 30살에 일찍이 나무가 되기로 자원한 것을 알게 된 스테판은 어떻게든 아내를 되살리기 위해 방법을 찾으러 떠난다.

전철기관사인 리오넬은 딸 조와 단둘이 변두리 동네에서 단조로운 일상을 보낸다. 가끔 친구들과 럼 샷을 하고 주변에는 사랑하는 친구들과 자신에게 특별히 관심을 보이는 여자도 있다. 같은 아파트에서 혼자 고양이를 키우며 사는 레오는 조를 좋아하고, 리오넬은 홀애비인 자기 때문에 그녀가 청춘을 마음껏 즐기지 못하는 것에 안타까워한다.

롬멜(Erwin Rommel: 제임스 메이슨 분)과 다른 동료들은 히틀러의 광기 어린 통치로 인해 조국이 패망의 길로 치닫고 있음을 점차적으로 깨닫게 되고, 나라를 구하는 길은 오직 히틀러를 제거하는 길 뿐임을 인식한다. 롬멜은 서방과의 평화 복원을 위해 총통을 암살할 계획을 세우지만, 계획은 실패로 돌아가고, 이어 대대적인 반역자 색출 및 제거 작업이 뒤따른다. 북아프리카 전선에서 사막의 여우같은 능수능란한 전술을 구사했던 롬멜은 조국을 사랑했던 성실한 군인의 표상으로 묘사되는데, 자신의 상급 지휘관이었던 폰 룬슈타트 장군과 함께 연합군의 노르망디 상륙을 저지하지 못했던 것이 베를린 수뇌부의 적절치 못한 간섭에 기인한 것으로 설명된다. 이를 계기로 롬멜은 히틀러에 대한 암살 가담 결심을 굳히지만 계획이 성공하지 못하자, 베를린 수뇌부에 의해 곧 반역자로 지목되는데...

저는 24살의 베로니카입니다. 뉴욕에서 남 부럽지 않은 삶을 보냈지만, 아무 이유 없이 무기력하고 더 이상 삶의 의미가 없는 것 같았어요. 그래서 다량의 수면제를 먹고 죽기로 결심했죠. 그러나 죽었다고 생각하는 순간, 눈을 떠보니 전 빌라트에 어느 정신병원에 갇혀 있었습니다. 그리고 후유증으로 제겐 7일 간의 삶이 남았다고 합니다. 그토록 죽기를 원했지만, 결국 시한부인생으로 죽게 될 거라니 삶은 참 아이러니한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냥 이대로 기다리지 않기로 했습니다. 진짜 마지막이라고 결심했는데, 자꾸만 머리 속에 떠오르는 사람이 생겼습니다. 자꾸만 내 속에서 무언가가 꿈틀거리는 것 같아요. 이제, 단 하루가 남았습니다… To 빌라트에서 베로니카

나레이터인 감독 자신의 목소리는 전통의 단절을 고민하는 유대 설화를 들려주며 영화를 시작한다. “기도방법을 잊어버렸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대를 이을 자식도 없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윽고 한판 굿처럼 유대 공동체의 미국 정착 수난사가 펼쳐진다. 유대 디아스포라에 관한 아커만의 작품 중 가장 직설적이면서도 가장 연극적인 이 영화의 대부분은 뉴욕에서 촬영되었으며, 그녀의 작품 중에서는 드물게 대사도 영어다.

오웬은 모스코바의 러시아 국회 의사당 아래, 지하묘지로 들어간다. 바로 전설의 괴물을 찾아 모스코바의 지하세계로 떠난 그의 친구이자 고고학자 안드레이를 찾기 위해서이다. 지하세계에 발을 들여놓은 오웬은 지하묘지의 섬뜩한 비밀과 절망에 경악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