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한 세계도 인간의 드라마만큼이나 감동적이다. 상공에서 초원까지 급강하하는 카메라에는 이름 모를 수많은 벌레들의 희로애락과 생존경쟁이 펼쳐진다. 나방 애벌레들이 일렬로 나란히 줄 지어 꿈틀대며 행진하고, 촉촉한 이끼 위에서 슬그머니 다가선 두 달팽이가 사랑을 나누고, 쏟아지는 비 한방울 한방울이 이들에겐 폭포수의 크기로 다가온다. 이들에게 두려움의 대상은 예상 외로 너무나 작고 하찮은 것들이다. 커다란 이슬방울은 곤충들의 앞길을 가로막고 빗방울의 추락은 거대한 폭탄세례와도 같다.

로스 레에스 (“왕”)는 칠레의 수도 산티아고에서 가장 오래된 스케이트 공원이다. 이 이야기는 이 곳의 진정한 왕에 관한 이야기이다. 질주하는 스케이트보드와 시끄러운 십대들이 가득한 이 개방된 공간에 풋볼과 촐라, 길 잃은 두 마리의 개들이 자리잡았다. 에너지가 넘치는 촐라는 주변에 굴러다니는 공을 가지고 놀기를 좋아한다. 스케이터들이 그들의 묘기를 보여주는 공간에 공을 놓고 그들이 떨어지기 직전에 다시 잡으려고 한다. 좀 더 나이가 많은 풋볼은 촐라가 공을 떨어뜨릴 때까지 참을성 없이 바라보며 짖는다. 풋볼과 촐라 주위에 있는 십대들은 매우 다른, 때론 문제가 있는 환경에서 왔다. 그들은 그들 각자의 이야기를 우리에게 보이스오버로 전한다.

호주 오지에 사는 새끼 캥거루 말라. 굶주림과 서리를 이겨낼 뿐 아니라, 먹이를 찾는 딩고 무리까지 상대해야 한다. 첫 생일까지 무사히 살아남기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