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진리는 설리의 본명이다. 그 이름을 제목에 가져온 진리에게는 설리가 남긴 마지막 인터뷰를 동아줄 삼아 이제 더 이상 여기 없는 그녀에게 다가가보려 한다. 2019년 10월 14일, 스물다섯의 나이로 세상을 등진 설리는 누구였을까? 애니메이션, 뮤직비디오, 영화, 일기, 사진, 브이로그 등 다채로운 아카이브 자료를 펼쳐 놓으며 정윤석 감독은 묻고 또 묻는다. 하지만, 당신은 누구인지를 묻는 집요한 질문에 설리는 언어가 도저히 도달할 수 없는 곳에 자기 존재를 가져다 놓은 듯, 말보다 더 길게 침묵한다.

스페인의 이비자 섬에는 희대의 사기꾼 2명이 있다. 세잔느와 르누아르의 모조화를 단숨에 그릴 수 있는 호리와, 호리의 전기를 쓰는 어빙이 바로 그들. 어빙은 이전에 하워드 휴즈의 가짜 전기를 쓴 게 밝혀지지만, 무엇이 진실인지는 알 수가 없다. 허버트 조지 웰스의 소설 <우주 전쟁>을 실제 상황 보도를 가장한 라디오 드라마로 만들어 미국을 충격의 도가니에 몰아넣었던 오슨 웰스가 다시 시도한 페이크 다큐멘터리 형식의 영화로, 편집을 통해 피카소가 오야 코다르를 훔쳐보는 듯한 장면을 연출해 냈다. 파블로 피카소가 ‘예술은 하나의 거짓말이다’라고 이야기 한 데에, 웰스는 ‘진실을 이해하기 위한 거짓말이다’라고 덧붙였다. 프랑수아 트뤼포는 이 작품의 편집이 특별하며 다큐멘터리와 같은 형식을 통해 시적인 느낌을 전달한다고 했다.

탄자니아의 음코마지 국립공원부터 북극까지 전세계 야생지역을 오가며 활발하게 작품활동을 하는 독특한 예술적 파트너인 올리 윌리엄스와 수지 윈스탠리에 대한 다큐멘터리. 이들은 붓과 종이를 들고 이국적이고 위험한 동물들과의 창조적 교감을 찾아 세계 곳곳의 야생 현장을 여행하며 작품으로 남기고 있다. 영화는 그들의 작품에 공간적으로, 영적으로 영감을 주는 아프리카와 북극을 배경으로, 장장 20여 년에 걸친 방대한 작업의 흔적을 따라간다. 또한 서로 너무도 다른 스타일의 두 예술가가 어떻게 교류하고 협업하여 한 편의 통일된 작품을 완성시키는지를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