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78년, 엘리자베스 1세는 궁정마법사 존 디 박사와 함께 400년 후의 런던 뒷골목에 도착한다. 거기에는 폭행과 약탈, 도착과 살인, 근친상간이 횡행한다. 여왕은 끝내 ‘신은 죽었는가’라고 질문하게 된다. 가까운 미래의 런던을 무대로 세기말적인 데카당스의 세계를 그린 영화로, 대영 제국의 세계 지배를 꿈꿨던 엘리자베스 시대의 야심을 펑크 시대의 폭발하는 저항 정신을 통해 통렬히 논박한 작품. 데릭 저먼의 첫 번째 '르네상스 영화'이자 70년대 영국 하위 펑크 문화에 대한 가장 생생한 기록이다.

시대를 앞섰던 호주 뮤지컬 영화 은 모든 뮤지컬 명작들이 그렇듯 문화적 유행을 관통하며 여전히 유의미하고 경쾌하다. 조 케네디가 스타 가수를 열망하는 십 대를 연기하고, 로스 오도너번은 조의 경력을 위해 떠들썩한 홍보와 여러 소동을 벌이는 사촌 동생을 맡았다.​ (2021년 제23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재키 멀렌스는 망해 가는 엄마의 술집에서 웨이트리스로 일하지만 언젠가는 가수로 데뷔하겠다는 꿈을 갖고 있다. 동네 탤런트 쇼에서 멋진 공연을 펼친 재키는 같은 쇼에 너온 웜배츠라는 밴드와 만나고 기타리스트 로비와 데이트를 시작한다. 한편 매니저를 자처하는 열네 살 사촌 앵거스는 TV 프로그램인 「더 와우! 쇼!」의 진행자 테리 램버트의 시선을 끌기 위해 계략을 꾸민다. 엉겁결에 군중 앞에서 줄타기를 하게 된 재키는 과연 계획대로 슈퍼스타가 될 수 있을까? 은 질리안 암스트롱이 첫 작품 (1979) 이후 내놓은 두 번째 장편 극영화이다. 두 작품은 모두 여성 예술가를 주인공으로 내세운다는 점을 제외한다면 극단적으로 다르다. 이 작가의 꿈을 키우는 19세기 호주 여성의 경험을 담은 사실적이고 진지한 시대극이라면, 은 주디 갈랜드와 미키 루니 주연의 1930년대 할리우드 영화처럼 복잡함이나 사실성 따위는 포기해 버린 발랄하고 뻔뻔스러운 뮤지컬 코미디다. 단지 이 영화의 배경은 1980년대 동시대의 호주이고 당시의 네온빛 패션과 음악과 열기로 채워져 있다. 오로지 그 시대, 그 공간에서만 존재했던 청춘 문화의 화려한 기록이다. (2021년 제23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듀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