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한 세계도 인간의 드라마만큼이나 감동적이다. 상공에서 초원까지 급강하하는 카메라에는 이름 모를 수많은 벌레들의 희로애락과 생존경쟁이 펼쳐진다. 나방 애벌레들이 일렬로 나란히 줄 지어 꿈틀대며 행진하고, 촉촉한 이끼 위에서 슬그머니 다가선 두 달팽이가 사랑을 나누고, 쏟아지는 비 한방울 한방울이 이들에겐 폭포수의 크기로 다가온다. 이들에게 두려움의 대상은 예상 외로 너무나 작고 하찮은 것들이다. 커다란 이슬방울은 곤충들의 앞길을 가로막고 빗방울의 추락은 거대한 폭탄세례와도 같다.

영화는 롱테이크로 촬영된 피나의 공연 영상, 피나와 함께 리허설을 하고 있는 배우와 무용수의 모습을 번갈아 보여주며 관객을 피나의 세계로 데려간다. 그들은 짧은 인터뷰마다 “어느 날 피나가 내게 말하길…”이라는 말로 피나와의 강렬한 만남을 회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