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망의 촉망받는 디자이너 올리비에 루스탱이 자신의 뿌리를 찾는다. 이름 없이 태어나 백인 부모에게 입양된 흑인 아이라는 과거. 평생 채울 수 없었던 그 공허함을 이제 직면하려 한다.

전작 〈슈퍼히어로의 진실〉에 이어 다시 한 번 미국의 합법적 약물 산업과 중독 문제를 다룬 작품. 감독은 WWE 스타였지만 진통제 중독으로 37살의 나이에 세상을 떠난 형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합법적으로 처방받은 약이 헤로인과 같은 불법 약물만큼 심각한 부작용을 불러올 수 있음을 보여주며, 제약 업계의 민낯을 파헤친다. (2017년 제9회 DMZ국제다큐영화제) 리뷰 전작 〈슈퍼히어로의 진실〉(2008)에서 감독 크리스 벨은 프로레슬러 등 스포츠 영웅들을 숭배하던 자신과 형제들의 스테로이드 남용 사례에 고백적인 관점에서 접근했었다. 이어 그 연장선상이라고 볼 수 있는 〈깡패같은 제약회사〉를 통해 벨 감독은 스테로이드보다 훨씬 심각한 문제를 일으키는 처방약의 남용과 중독의 진실을 파헤친다. 미국에는 강력한 마약성 진통제 등 다양한 종류의 위험한 처방약을 쉽게 구할 수 있는 이익 추구 위주의 의료 및 의약 시스템이 존재한다. 그 덫에 걸리면 합법적인 구조 내에서 마약 중독이나 별반 다를 것 없는 나락으로 떨어지게 되며 실제로 그런 일들은 일상적으로 일어난다는 사실을 작품은 보여주는데, 이는 처방약 남용으로 죽음에 이르게 된 〈슈퍼히어로의 진실〉의 출연자이자 WWE 프로레슬러 출신 친형 마이크 벨의 비극이 고리가 되어 감독 자신의 구체적인 삶의 문제로 연결된다. 마약과의 전쟁이라는 거대한 슬로건 하에서 벌어진 불법 마약 소탕 작전의 그늘 속에서, 철저하게 합법적이지만 실제로는 마약 밀매보다도 훨씬 거대한 탐욕의 카르텔을 이루고 있는 처방약 세계의 비윤리성을 통렬하게 고발하는 작품이 바로 〈깡패같은 제약회사〉다. 특히 크리스 벨 감독은 막판 놀라운 고백을 통해 면밀한 이성적 자각이나 문제의식을 가진 사람조차도 처방약 남용의 유혹에 굴복할 수 있다는 현실을 관객들에게 실감 나고도 직접적으로 전달한다. [원종우]

외상성 부상으로 영구적 장애를 갖게 된다면, 당신은 어떻게 자신을 재창조할 수 있을까? 트레버 케니슨은 2014년 허리가 부러지는 사고를 겪으며 삶이 좋은 쪽으로든 나쁜 쪽으로든 영원히 바뀌게 되었다. 이 영화는 그가 척수 손상 후 겪게 되는 삶의 어려움을 가감 없이 보여주지만 동시에 그런 비극이 한 인간에게 가져왔던 성장의 기회를 축하하는 영화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