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간의 수감생활을 마친 물새는 자신의 구역에서 소매치기를 하던 지숙(배종옥)을 만난다. 그녀의 날렵한 솜씨에 물새는 지숙을 포섭하고 점점 그녀를 사랑하게 된다. 그러나 지숙은 등록금이 든 정만의 지갑을 훔친 것을 계기로 그를 사랑하게 된다. 가난 때문에 진학을 포기했던 자신의 과거가 생각난 지숙이 지갑을 돌려주면서 서로 사랑하게 된 것. 위기감을 느낀 물새는 정만에게 위협을 가하지만 그가 굴하지 않자 그녀를 포기하고, 지숙은 자신의 과거를 숨긴 채 정만과 약혼한다. 한편 물새는 만신창이가 된 지숙의 오빠를 발견해 병원으로 옮기고 수술비를 마련하려다가 우발적인 살인을 저지른다. 지숙은 자신에게 남아있는 과거의 흔적 때문에 괴로워하다가 정만이 뒤늦게 그녀의 과거를 알게 되면서 혼란에 빠지자 그를 떠나기로 하는데...

각자 가정을 꾸미고 그 울타리 안에서 나름의 삶을 살아온 남자와 여자가 있다. 언론사 출판부장이었다가 최근 한직으로 밀려난 초로의 남자 지우와 문화센터에서 동양화를 가르치는 30대 여자 은교는 한눈에 서로에게 빠진다. 만남이 이어질수록 두사람은 분별력을 잃고 서로에게 몰입해 간다. 배우자를 인식하고 사회의 눈을 의식해도 '이별은 없다'는 결론뿐이다. 이들은 둘만의 공간을 마련해 더욱 서로의 육체를 탐한다. 은교의 남편이 지우의 직장으로 둘의 관계를 폭로하는 투서를 보내자 지우는 사표를 내고 25년간의 결혼생활을 청산한다. 은교도 어머니와 남편을 뒤로 하고 가출을 결심한다. 그렇게 세상과 인연을 끊고 제주도로 여행을 떠난 두사람은 함께 죽음을 맞는다.

남자는 67세였고 여자는 62세였다. 두 사람은 부부였고 고난에 찬 한 많은 40년을 함께 살아왔다. 슬하에 1남2녀를 열심히 키우고 가르쳐 성가시켰지만 자식하나는 죽고, 하나는 부모를 버린채 이민가고, 하나는 가출하였다. 그러나 그들은 한번도 자식을 원망한 적이 없었다. 남자는 원스타장군으로서 평생을 군인으로 조국에 봉사했지만 정치군인에 희생되어 생존권을 박탈당하고 말년을 비참하게 살아가고 있었다. 그들 노부부의 유일한 보금자리인 달동네의 집마저 가출한 아들의 부도로 차압딱지가 붙어 떠나지 않으면 안 되었다. 돈이 없어 따로따로 흩어져 비극적인 생이별을 같이 아파하며 양로원에 들어가게 되었다. 낯설은 양로원에서도 따뜻한 편지를 오가면서 평생 느꼈던 정이외에 새로운 정으로 기뻐하던 두 노인은 어느날 양로원 중간지점에서 만나기로 약속하고 만난다. 두 사람은 만나서 말없이 손잡고 있는것이 고작이지만 어쩌면 이번의 만남이 마지막이 될지 모른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일주일 뒤 마지막 만남을 한번 더 하기로 하고 그날 노부인이 먼저 나와 약속장소에서 기다렸지만 노인은 시간이 지나도 오지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