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점 그릇이 있다. 우리 조상들은 그 그릇을 막사발, 혹은 개밥그릇이라고 불렀다. 그 누구도 그 그릇에 눈길 주지 않았다. 일본은 그 그릇을 빼앗아가 예술의 극치, 미(美)의 절정이라고 칭송하며 자신들의 국보 24호로 삼았다. 어디에서, 누가 만들었는지도 모르는 신비의 그릇, 우리는 이름조차 붙여주지 못한 비운의 그릇. 서민들의 그릇이라는 이유로 우리나라에선 푸대접을 받다가 일본의 국보가 되고 ‘기자에몬’이라는 이름이 붙은 그 그릇과 그것의 재현을 위해 홀로 외롭게 작업하고 있는 한 도공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들의 편견, 부끄러운 자화상을 아프게 비추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