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토리타마의 작은 마을은 냉혹한 자본주의의 축소판이다. 이곳에 위치한 허름한 공장에서는 매년 이천만 개 이상의 청바지를 생산한다. 지역민들은 쉬지 않고 열심히 근무하는 데 자부심을 느낀다. 이들이 일 년 중 유일하게 쉴 수 있는 기간은 카니발 축제가 열릴 때뿐이다. 자본의 축적이라는 굴레를 벗어던진 채, 아무런 후회 없이 소지품을 내다 팔고, 잠깐의 행복을 위해 해변으로 행한다. 사순절의 시작을 알리는 재의 수요일이 찾아와, 새로운 노동의 순환주기로 돌아가기 전까지 말이다. (2020년 제17회 서울환경영화제)
시카고의 뒷골목 사우스사이드. 이 거친 곳에서 권투 선수의 꿈을 키우는 두 명의 청소년들과 그들을 훈련시키는 아버지들의 이야기이다. 한 명은 링 위에서 두각을 드러내지만, 다른 한 명은 강도 혐의로 8년간 징역을 살고 나왔다. 는 링 안팎으로 악전고투하는 두 명의 권투 선수와 아버지들의 시선을 따라가며 그들의 투지와 끈기를 들여다본다. (2021년 제18회 EBS 국제다큐영화제)
2003년 한국에 귀국한 송두율 교수. 무엇이 그를 간첩으로 몰아갔으며 또 무엇이 그를 간첩이 아니게 하였는가?
폭도의 도시라 불리던 시절을 지나 망월동이 국립묘지로 지정되기까지 수많은 시간이 흘렀지만, 그보다 빠른 속도로 1980년 5월의 광주는 사람들의 기억에서 잊혀져 가고 있다. 기꺼이 가게 문을 열어 빵과 음료수를 나누었던 구멍가게 황씨, 버스 한 가득 시민군을 태우고 금남로를 달리던 양기사님, 주먹밥을 만들어 나르던 양동시장 김씨 아주머니와 열여섯 미순이 역시 소박한 꿈을 꾸며 살아가는 평범한 이들이었다. 열흘 간의 항쟁 이후, 세월은 거짓말 같이 흘러 그 날의 소년들은 어느덧 중년의 나이를 훌쩍 넘겼다. 5.18에 대한 기록이 정교해지는 것과 상관없이, 기록에서 제외된 수많은 사람들은 각자의 기억을 가슴에 묻은 채 살아가고 있다. 몸과 마음에 남은 상처는 여전히 선명하지만, 스스로의 힘으로 아름다운 공동체를 만들어냈던 그 기적 같은 봄날의 그들은 누구보다 아름다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