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살의 나이에 영국 로열발레단 최연소 수석 무용수에 발탁된 천재 발레리노 세르게이 폴루닌은 온몸을 문신으로 휘두른 채 연일 신문 1면을 장식한다. ‘발레계의 배드 보이’, ‘발레계의 제임스 딘’ 등 수많은 수식어와 함께 강렬하고 아름다운 몸짓으로 세계를 매료시킨 것도 잠시, 발레리노라면 누구나 꿈꾸는 최고의 자리를 스스로 박차고 나오는 파격적인 행보로 다시 한 번 세계를 충격에 빠뜨리는데…

2003년 1월의 베를린, 버스 정류장이 있던 장소에서 놀라운 광경이 펼쳐졌다. 25개국에서 온 250명의 학생이 스트라빈스키의 “봄의 제전”에 맞춰 춤을 춘 것이다.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첫 번째 대규모 교육 프로젝트를 통해, 클래식 음악의 문외한이었던 이들이 3개월의 연습기간을 거쳐 음악과 예술의 세계에 흠뻑 빠져든다.

감독 존 토레스의 고향, 필리핀 파나이섬의 귐발지역. 표면적으로는 주인공 소녀 사라가 이 곳에서 외상값을 받기 위해 돌아다니는 이야기가 펼쳐진다. 그녀는 돈을 받으면서 사람들의 꿈과 추억을 함께 수집한다. 카메라 역시 그녀를 따라 지역 거주민들을 배회하며 이미지의 조각과 이야기들을 모은다. 몽환적인 영상 속에 흐르는 지역 방언과 역사, 구전되는 신화들 그리고 전통 시. 이 모든 것들이 모여 영화는 귐발에 대한 하나의 대 서사시이자, 독특한 인류학적 보고서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