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시도가 실패로 끝나 한강의 밤섬에 불시착한 남자. 죽는 것도 쉽지 않자 일단 섬에서 살아보기로 한다. 모래사장에 쓴 HELP가 HELLO로 바뀌고 무인도 야생의 삶도 살아볼 만하다고 느낄 무렵, 익명의 쪽지가 담긴 와인병을 발견하고 그의 삶은 알 수 없는 희망으로 설레기 시작한다. 한편 자신의 좁고 어두운 방이 온 지구이자 세상인 여자. 홈페이지 관리, 하루 만보 달리기 등 그녀만의 생활리듬도 있다. 유일한 취미인 달사진 찍기에 열중하던 어느 날, 저 멀리 한강의 섬에서 낯선 모습을 발견하고 그에게 리플을 달아주기로 하는 그녀는 3년 만에 자신의 방을 벗어나 그를 향해 달려가는데...

신념은 잠시 접어두고 현실을 위해 속물이 되기로 마음먹은 민변 출신의 대형 로펌 변호사 순호. 파트너 변호사로 승진할 수 있는 큰 기회가 걸린 사건의 변호사로 지목되자 살인 용의자의 무죄를 입증하기 위해 유일한 목격자인 자폐 소녀 지우를 증인으로 세우려 한다. 자기만의 세계에 빠져 의사소통이 어려운 지우. 순호는 사건 당일 목격한 것을 묻기 위해 지우를 찾아가지만, 제대로 된 인사조차 나누지 못한다. 하지만 그날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지우에게 다가가려 노력하는 순호는, 시간이 흐를수록 조금씩 지우에 대해 이해하게 되지만 이제 두 사람은 법정에서 변호사와 증인으로 마주해야 하는데…

시카모어 가족은 사업가였지만 인생을 즐기는 것에 역점을 두기 시작 한 반더호프 할아버지에 의해 이끌어지는 별난 가족이다. 시카모어 가족 일원은 누구나 자신들이 하고 싶은 것을 하며 산다. 할아버지의 딸인 페니 시카모어는 우연히 집으로 타자기가 배달된 것을 계기로 소설가가 되는가 하면 페니의 남편은 지하실에서 폭죽을 만드는 것에 열을 올리고, 또 그 두 부부의 딸인 에씨는 발레 지도 선생의 평가와는 달리 자신이 최고의 발레리나라고 꿈꾸는가 하면, 에씨의 남편 에드는 일보다는 실로폰을 연주하거나 에씨가 만든 사탕을 하나하나 포장지에 싸서 파는 것으로 시간을 보낸다. 시카모어 가족에서 정상적인 단 한 사람 앨리스 시카모어는 부유한 토니 커비와 사랑에 빠지는데, 고루하고 거만한 커비 일가가 시카모어 가족의 집에 저녁 식사를 하러 오면서 재앙 같은 사건이 벌어진다.

국민이 참여하는 역사상 최초의 재판이 열리는 날. 모두의 이목이 집중된 가운데, 나이도 직업도 제각각인 8명의 보통 사람들이 배심원단으로 선정된다. 대한민국 첫 배심원이 된 그들 앞에 놓인 사건은 증거, 증언, 자백도 확실한 살해 사건. 양형 결정만 남아있던 재판이었지만 피고인이 갑자기 혐의를 부인하며 배심원들은 예정에 없던 유무죄를 다투게 된다. 생애 처음 누군가의 죄를 심판해야 하는 배심원들과 사상 처음으로 일반인들과 재판을 함께해야 하는 재판부. 모두가 난감한 상황 속 원칙주의자인 재판장 준겸은 정확하고 신속하게 재판을 끌어가려고 한다. 하지만 끈질기게 질문과 문제 제기를 일삼는 8번 배심원 남우를 비롯한 배심원들의 돌발 행동에 재판은 점점 예기치 못한 방향으로 흐르는데...

사랑을 잃다 교외의 작고 낡은 집 - 작곡가인 C와 그의 연인 M은 조용하지만 단란한 일상을 보내고 있다. 어느 날, 갑작스런 사고로 C는 세상을 떠나고 홀로 남은 M은 무거운 슬픔에 잠긴다. 사랑을 기억하다 창백한 조명의 병원 영안실 - 고스트가 되어 깨어난 C는 마치 홀린 듯 M이 기다리는 자신의 집으로 돌아간다. 같은 시간, 같은 공간에 머무는 그녀와 고스트는 사랑했던 기억을 추억하며 무디게 흘러가는 시간을 견뎌낸다. 사랑을 잊다 몇 년이 지나, 다시 집 – 새로운 사랑을 만나고 헤어지며 상실의 시간을 지나온 M은 결국 집을 떠난다. 남겨진 고스트는 영원히 그녀를 기다릴 자신의 운명을 알기에 끝을 알 수 없는 긴 여정을 시작한다.

온 세상을 집어삼킨 대지진, 그리고 하루아침에 폐허가 된 서울. 모든 것이 무너졌지만 오직 황궁 아파트만은 그대로다. 소문을 들은 외부 생존자들이 황궁 아파트로 몰려들자 위협을 느끼기 시작하는 입주민들. 생존을 위해 하나가 된 그들은 새로운 주민 대표 '영탁'을 중심으로 외부인의 출입을 철저히 막아선 채 아파트 주민만을 위한 새로운 규칙을 만든다. 덕분에 지옥 같은 바깥 세상과 달리 주민들에겐 더 없이 안전하고 평화로운 유토피아 황궁 아파트. 하지만 끝이 없는 생존의 위기 속 그들 사이에서도 예상치 못한 갈등이 시작되는데...! 살아남은 자들의 생존 규칙. 따르거나, 떠나거나.

아스타는 노르웨이 서부에 자리한 해안 마을에서 저널리스트로 일하며 그곳에서 의미와 소속감을 찾으려 한다. 어느 날 그는 한 아프가니스탄 난민의 실종 사건을 조사하면서 삶과 정의를 바라보는 관점에 변화를 겪기 시작한다.

한 척의 배가 엘리스섬을 지나 뉴욕항으로 들어가는 풍경은 끊임없이 만들어지고 있는 이민자들에 관한 영화에서 수없이 사용된 신화적인 이미지이다. 엠마누엘레 크리알레세가 들려주는 이민 이야기에는 전작 [레스피로]에서와 마찬가지로 신비와 경이가 가득하다. 1913년, 시칠리아 농부들은 신세계로 떠난 사람들에게서 소식을 기다린다. 마침내 남아있는 가족들을 약속의 땅으로 인도해 줄 낯선 미국인이 나타난다. 이제 그들이 할 일은 역사를 버리고, 신앙을 내던지고, 새로운 국가에 충성을 맹세하는 것이다. [황금의 문]은 “버려진 과거와 변화하는 사람들, 새롭게 만들어지는 역사, 새롭게 태어나는 인간의 오디세이이다.”

1950년 프랑스 식민지 전쟁 시절, 가족을 모두 잃은 린(Linh)은 플랜테이션 농장을 소유한 프랑스 대위 세바스티앙(Sebastian)의 저택에 하녀로 들어간다. 세바스티앙과 사랑에 빠지게 된 린은 어느 날 농장에 숨겨진 비밀과 공포를 맞닥뜨리게 된다.

아르헨티나의 폐쇄적 부촌에서 벌어지는 상황을 보여주는 이 작품은 가정부로 일하는 벨렌의 시선을 통해 다가간다. 벨렌은 나체 클럽을 발견하게 되고, 그 모습을 통해 중산층 가족의 위기와 부조리함이 펼쳐진다. 대부분의 배우가 영화 내내 나체로 연기해야 하는 상황이었고, 실제 나체주의자들이 함께 촬영을 하여 현실과 영화의 경계를 넘나드는 과정도 흥미롭다. 이 작품은 아르헨티나 사회에 대한 우화이기도 하다. 곳곳에 경비시설을 갖춘 부촌과 나체주의자 클럽을 교차하면서 두 그룹 간의 간극을 통해 인간 사회 군상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중산층의 삼엄함과 나체주의자들의 자유로움은 마치 동전의 양면처럼 한 사회를 구성하는 서로의 이면이다. 그 긴장감을 통해 루카스 발렌타 리너 감독은 집단을 이루고 있는 이데올로기의 허구성과 위선을 폭로해 간다.

세금 공무원인 고주사는 아홉이나 되는 자식들을 먹여 살리느라 마음과 몸이 편할 날이 없다. 고주사의 어머니는 담배 가게라도 차려보려고 하지만 그것도 밑천이 필요한지라 여의치 않다. 고주사의 동생 영택은 소설가 지망생이지만, 돈벌이를 하지 못해 늘 형에게 구박을 받자 집을 나가버린다. 고주사의 매부이자 책방을 하는 황호성은 아이가 없다는 핑계로 아내를 등한시하고 다방마담 은미와 연애를 하며 아이를 낳아달라고 한다. 은미는 다방주인인 송사장의 아이를 임신한 상태에서 그에게 버림받고, 호성과 결혼해 그 난관을 벗어나려 한다. 한편 송사장은 탈세를 위해 고주사에게 뇌물을 주지만 고주사는 완강히 거절한다. 그러나 고주사는 어머니가 아파 입원하자 어쩔 수 없이 송사장에게 돈을 빌린다. 송사장은 이를 빌미로 고주사의 약점을 잡아 탈세를 하려한다. 이미 다방 주인에게 매수된 고주사의 부하직원은 과장에게 고주사가 뇌물을 받고 탈세를 도와줬다고 거짓고발을 한다. 마지막까지 송사장의 협박에 굴하지 않던 고주사는 궁지에 몰리게 되고, 결국 사표를 내고 사라진다. 호성의 아내는 호성이 바람을 피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친정으로 떠난다. 뒤늦게 은미의 거짓말과 아내의 소중함을 깨달은 호성은 은미를 버리고 아내를 찾아간다. 은미는 호성이 자신과 결혼할 생각이 없다는 것을 알고 송사장에게 다시 매달리지만, 송사장은 은미와 일하던 다방 레지에게 다방을 넘겨준다. 송사장은 자신을 찾아온 은미를 모른 척하며 구타하고 은미는 길에서 쓰러져 죽고 만다. 자살을 결심했던 고주사는 어머니와 아내, 자식들을 떠올리며 마음을 되잡고 돌아온다. 고주사의 동생 영택은 마침내 소설에 당선되고 받은 상금으로 송사장에게 빌린 돈을 갚는다. 송사장은 탈세혐의로 경찰에 잡혀가고, 고주사의 누명이 어느 정도 벗겨진다. 돌아온 고주사는 아홉 명의 자식을 다 기르기에는 무리라는 생각에 자식이 없는 매부 부부에게 자식 둘을 준다. 다 모인 아이들은 마지막으로 아버지 앞에서 함께 노래를 부르고 울면서 헤어진다.

서른의 전업주부 미흔의 집에 찾아온 빨간 스웨터의 여자. 그녀가 입을 열어 미흔의 남편을 '오빠'라 부르기 시작했다. 그것은 단 몇마디로 미흔의 삶을 송두리째 빼앗는, 크리스마스 오후의 끔찍한 테러였다. 고요한 나비마을의 평화로움에 도취되어 미흔 가족은 마치 아무일이 없었던 것처럼 살고 있다. 그날밤 이후 원인을 알수 없는 두통에 시달리고 있던 미흔은, 아주 고통스럽게 자신의 아픔을 내쏟는다. 그렇지만 변한 것은 아무것도 없어 보인다. 그러다 인규를 만난다. 그는 근처 호숫가에서 낚시를 즐기고, 나머지 시간엔 물고기를 낚듯 여자를 만나 섹스를 즐기는 한적한 시골병원 의사이다. 뜨거운 햇빛이 내비치는 휴게소에 멍하니 앉아있던 미흔에게 날카로운 경적소리처럼 그를 일깨우는 낯선 목소리의 인규. 미흔은 온몸으로 그를 거부하지만, 동시에 온몸으로 그에게 빠져들고 있다. 삶이 무너졌다고 생각한 인생의 끝자락에서, 섹스는 하되, 절대로 사랑해서는 안되는 위험한 게임에 빠진 미흔.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이 게임을 탐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