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프니 레이놀즈(아만다 바인스 분)는 개성있고 발랄한 10대 소녀.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그녀는 보헤미언처럼 자유분방한 가수 엄마 리비와 뉴욕 차이나타운에서 오붓하게 살아간다. 그러나 그녀의 마음은 늘 어딘가 허전하다. 아직 얼굴 한번 못 본 자신의 아버지가 영국에 살고 있다는걸 알고있기 때문. 17년 전 모로코 여행길에 사막에서 우연히 만난 영국 남자 헨리와 사랑에 빠졌던 엄마. 두 사람은 결혼을 위해 헨리의 영국 본가를 찾아갔지만, 귀족 가문인 헨리의 집안에선 리비를 냉대한다. 상처를 받은 리비는 헨리에겐 말도 않고 미국으로 돌아와버린다. 그러나 그때 리비는 이미 임신 중이었고, 그 아이가 바로 데프니였던 것. 물론 헨리는 데프니의 존재를 까맣고 모르고 있다. 생일날마다 아빠가 찾아와주기를 기다렸던 데프니는 무작정 영국행 비행기를 타고 런던에 도착한다. 명망있는 귀족가문의 자손이자 전도유망한 정치가인 헨리 대쉬우드 앞에 갑자기 나타난 ‘딸’의 존재는 영국 상류사회와 매스컴에 큰 파문을 일으킨다. 곧 선거를 앞둔 헨리에겐 큰 치명타가 될 수도 있는 일. 그러나 무엇보다도 데프니의 등장으로 큰 위협을 느낀건 헨리의 야심많은 약혼녀 글리니스와 그녀의 딸 클라리사, 그리고 글리니스의 아버지이자 헨리의 정치 고문인 알리스테어였다. 과연 미국에서 건너온 자유분방한 소녀 데프니는 멋진 신사의 나라 영국에서 어떤 쇼킹한 사건을 벌일는지?

카메룬 청년 레오나르는 사하라 사막을 건너 유럽을 향하던 길에 강간 당한 나이지리아 출신의 호프를 만나 함께 데리고 간다. 유럽이 얼마 남지 않은 지점에는 아프리카 국가별로‘ 게토’들이 형성되어있고, 카메룬 게토에 들어간 둘은 그곳의 규칙에 따라 어쩔 수 없이 결혼한다. 레오나르는 호프의 매춘을 통해 불법 입국에 필요한 돈을 마련한다. 아프리카에서 유럽으로 향하는 불법이민의 흐름이 영화에서 다뤄진 것은 어제오늘이 아니다. 그럼에도 <호프>는 그 지난한 과정의 알려지지 않은 부분을 드러내기에 새롭다. 유럽을 목전에 둔 위치에 형성된 게토들의 존재와 그 속에서 자행되는 폭력과 범죄, 나름대로 작동하는 약육강식의 법칙을 마주하는 것은 충격적이다. 다큐멘터리 출신 감독답게 현실의 가려진 부분을 리얼리즘적으로 담아낸 것이 돋보이며, 긴장 속에 거의 소통이 없던 두 주인공 남녀 사이에 차츰 사랑의 감정이 싹트는 것을 섬세하게 잡아낸 것도 장점이다. 두 비전문배우의 날 것의 연기 또한 이 영화의 주목해야 할 지점이다. (이수원_2014년 제19회 부산국제영화제)

17세기 중반. 고링하이코나 부족이 살던 마을에 네덜란드 동인도 회사의 함선이 들어오기 시작하면서, 이곳을 거쳐 가는 함선을 보급하기 위한 요새가 세워진다. 그곳의 사령관 얀 반 리베크는 지속적으로 가축과 식량을 비축하기 위해 부족민들과 물물교환을 하던 중, 간단한 네덜란드어를 구사하는 소녀 크로토아를 발견하고 요새로 데려온다. 성인이 된 크로토아는 회사와 부족 간에 발생하는 잦은 갈등을 평화로운 방법으로 해소하기 위해 사령관의 통역사로서 일하게 되지만, 예기치 못한 사건을 계기로 불화는 더욱 심화하기만 하는데... 불안정한 시대 속에서 피어난 사랑과 배신. 두 문화 간의 충돌에서 무너지는 크로토아. 화합을 꿈꾸는 한 여성의 강렬하고 비극적인 여정이 펼쳐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