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초적인 인간존엄성을 위해 우리가 추구해야 할 정신이 ‘이노센스(innocence)’라고 주장한다. 그의 주장에 의하면 이를 가로막는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인간에 대한 편견이고, 다른 하나는 시장을 지배하는 화폐경제이다. 이 두 가지가 인간이 추구할 정신의 위대함을 저속한 물질과 편견으로 얽어맨 세상까지 끌어내리는 것이다.
영화는 책으로 가득한 책장 앞에 앉아 차분하게 글을 읽어 내려가는 한 노학자의 모습으로 시작한다. 탈식민주의의 대모 가야트리 스피박이다. 유럽 식민주의로부터의 해방을 위해 여성들은 어떻게 전선에 뛰어들었나 조용히 하지만 단호하게 읊조리는 스피박의‘ 서문’이 끝나면 모잠비크 해방전선의 여성전사들의 인터뷰가 이어진다. 인터뷰 화면은 이내 아프리카 곳곳에 남겨진 식민주의의 흔적들을 보여주는 또 다른 영상들로 연결된다. 요란 올손의 <폭력에 관하여>는 탈식민주의의 대표적인 사상가인 프란츠 파농의 저서『 대지의 저주받은 사람들』을 바탕으로 스웨덴 TV 아카이브에서 발굴한 영상들로만 구성된 다큐멘터리다. 아프리카 탈식민의 의지를 보여주는 홈무비, 뉴스릴, 핸드헬드로 촬영된 르포 영상 등 다양한 양식의 브리콜라주는 발굴영상 다큐멘터리의 새로운 차원을 보여준다. 이미지들은 파농의 텍스트를 읽어나가는 힙합 아티스트 로린 힐의 목소리와 화면 위 텍스트와 중층적으로 절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