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디, 잡초, 이끼, 나뭇가지.. 자연을 재료삼아 요리를 만드는 방랑식객 임지호 쉐프. 친어머니와 양어머니에 대한 아픈 사연을 간직한 그는 길에서 인연을 맺은 사람들에게 기꺼이 음식을 대접하고, 지리산에서 만난 김순규 할머니를 길 위의 어머니로 10년간 정을 나눈다. 그러나 끝끝내 찾아온 3번째 이별 앞에 임지호 쉐프는 낳아주신, 길러주신, 그리고 정을 나눠주신 3명의 어머니를 위해 3일 동안 108접시의 음식을 장만한다.

2012년 첫날, 임권택 감독은 김훈의 소설을 각색한 102번째 영화 [화장]의 촬영을 시작한다. 이 영화는 그 촬영의 현장에 처음부터 끝까지 머물면서 대가의 연출 비밀을 지켜본다. 영화 촬영이 시작되기까지의 기다림을 다룬 [녹차의 중력]과 짝을 이룬다.

겉으로 보기에 화려한 삶을 살았던 엄마는 나에게 늘 미안하다는 말을 하곤 했다. 나는 엄마의 그 마음이 무엇인지 기록하려고 했지만 기록을 남기기 전에 엄마가 돌아가셨다. 엄마의 죽음 이후 나는 몸에 각인된 낙인 때문에 사회에서 유령처럼 살다가 결국 사라져 버린 수많은 여성들의 삶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이 영화는 위안부 운동에서 매춘부 출신의 위안부가 배제됐던 과정과 한국의 민족주의를 비판했던 한국계 일본인 학자 야마시다 영애와 한국인 박유하 교수, 그리고 한국의 성노동자 연희와 일본의 성노동 활동가 유키코의 한일성노동자연대의 활동을 담은 이야기다. 나는 그들과 만나면서 엄마가 내게 끝내 들려주지 못했던 이야기를 기록한다.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투르크메니스탄, 키르기즈스탄, 모스크바… 세계 곳곳으로 흩어진 이들에게 ‘고려극장’이 찾아오는 날은 유일한 잔칫날이었다. 잃어버린 가족을 다시 만난 듯, 그렇게 눈물을 흘리며 기뻐했다. 러시아인 어머니, 고려인 아버지에게 물려받은 아름다운 목소리로 사랑 받았던 ‘방 타마라’, 100여 가지의 배역을 소화했던 무대의 여왕 ‘이함덕’, 시베리아 벌판을 무대 삼아 위로의 무대를 선사했던 두 디바의 경이로운 삶이 펼쳐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