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여름, 이명박 정부는 4대강 사업 마스터플랜을 발표하며 느닷없이 유기농업이 수질을 심각하게 오염시킨다고 홍보했다. 그러면서 대한민국 유기농업의 메카로 불리는 팔당유기농단지를 수용해 자전거길과 공원을 조성할 계획이라 했다. 하루아침에 수질오염의 주범으로 몰린 팔당 농민들이 농지 보존과 유기농업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 4대강 사업에 맞섰다.
내가 사는 곳은 햇빛이 가득 넘치는 마을 밀양입니더. 지는 10년 전에 농사짓는 게 너무 힘들어가 좀 쉴라고 공기 좋고 물 맑은 밀양에 터 잡았어예. 근데 요즘 내 생활이 많이 서글퍼예. 우리 마을에 765인가 뭐신가 송전탑이 들어선다고 난리데. 그거 때메 8년을 싸웠어예! 얘기하자면 긴데 한번 들어 보실랍니꺼?!
‘컴맹’이었던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기 전, 일 년간 둘째 딸인 ‘나’에게 마흔세 통의 메일을 보내왔다. 아버지의 장례식을 마친 뒤, 다시 열어본 메일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아버지가 가족 모두에게 건넨 자신의 이야기였다. 6.25 전쟁, 월남전, 88올림픽 그리고 아파트 재개발 광풍까지... 한국 근현대사의 굵직굵직한 질곡마다 아버지의 발자국은 작지만 분명한 흔적을 남겼다. 그리고 당신의 걸음이 흔들릴 때마다 우리 가족의 삶도 함께 흔들렸다. 당신의 삶은 나의 가족사인 동시에 대한민국의 시간이었다. 아버지는 어떻게 살았고 무엇을 말하고 싶었던 것일까? 그리고 왜 우리는 그에게 한번도 묻지 않았던 것일까? 이제야 나는 아버지의 편지에 답장을 보내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