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물었다. “그들은 왜 너를 지우지?” 그가 대답했다. “두려워서 그럴 거야.” 내가 말했다. “겁을 먹은 사람은 자신을 지우지.” 그가 대답했다. “그러면 산 사람의 얼굴은 사라지고 죽은 사람만 남아.”

클레버 멘도사 필루의 렌즈는 덧없는 시간의 흐름 속에서 살풍경한 모습으로 변해버린 고향 헤시피를 비춘다. “그래도 좋아하는 것은 좋아한다고 말해야 한다”고 부언하며, 이제는 어둠 속 먼지에 뒤덮인 추억의 시간과 공간에 대한 그리움을 드러낸다. 감독은 과거를 기록한 영상을 통해 어린 시절 매혹과 마법으로 다가왔던 공간이 지금은 쓸쓸한 정취를 풍기는 것에 대한 안타까움을 이야기한다. 지극히 개인적인 소회를 조곤조곤 풀어나가며 아파트에서, 동네로, 시내 극장으로 카메라의 시선을 확장시켜 영화에 대한 러브레터를 완성한다.

14년 전 헤어진 커플이 세월이 흐른 뒤 다시 만난다. 두 사람은 자신들이 어떻게 헤어지게 됐는지 떠올리지 못한다. 시간이 지나는 동안 기억과 장소가 뒤섞였다. 기억 속에서 모든 것이 겹쳐진다.

기록된 역사와 기록되지 않은 기억 사이, 필름으로 남겨진 공식적 역사와 비디오가 추적하는 사적인 기억 사이를 부단히 탐색하는 시적 다큐멘터리. 어린 시절 어머니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마음 속에 만들어온 이미지를 지도 삼아, 망각된 가족의 기억을 놀라운 방식으로 직조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