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극히 평범하고 무료한 일상을 보내는 네 명의 20대 청년들. 언젠가 한 번쯤은 대단한 흥분과 요동을 지닌 해프닝이 다가오기를 꿈꾸던 이들은 기다림에 지쳐 직접 사고를 치기로 결심한다. 목표는 1200만 달러에 이르는 역사적인 미술품 훔치기. 특별해지고 싶은 그들의 욕망은 현실과 하이스트 무비를 겹쳐보려 하지만 강도 행각은 매번 한 뼘쯤 어설프고 우습다. 각자의 허약한 아메리칸드림이 낳는 헛발질로 가득찬 소동극이다.
1985년, 미시간 교도소에서 탈옥해 캐나다로 건너간 한 남자. 노숙자에게 22달러에 신분증을 구매해 ‘로버트 화이트만’으로 새로운 삶을 시작하고, 돈을 마련하기 위해 은행 강도에 나선다. 변장과 은행털이에 남다른 재능을 발견한 그는 비행기를 타고 캐나다 전역을 누비며 무려 59번의 강도 행각을 벌이는데…
포옹한 부부를 따뜻한 톤으로 화면 가득 담아내는 첫 시퀀스는 강렬한 흡입력을 가진다. 시베리아 작은 마을, 정직하고 성실한 패밀리맨 이고르는 이웃에게서 존경받는 인물이다. 어느 날 그에게 삶이 두 달밖에 남지 않았다는 사형선고가 내린다. 병원도 샤머니즘 민간요법도 그를 살릴 수 없다. 가족을 두고 죽을 수 없는 그는 극단적 결심을 하게 된다. 는 성별을 바꾸면 죽음을 피할 수 있다는 시베리아의 우화에서 모티브를 얻은 영화이다. 조용한 시골 마을에서 파란을 일으킬 만한 결심을 한 이후, 이고르는 침묵한다. 그의 심리적 압박감과 고립감은 가족과 단절하고 숨어들어 간 헛간과 숲속 오두막이라는 공간에서 극대화된다. 진한 검은 색조의 영상은 어둠 속에 잠긴 그의 고독감을 세련되게 보여준다. 상대에 대한 소중함이 배어 나오는 첫 장면은 영화 전체의 메시지를 보여주며, 후반에 그의 아내가 보여주는 포용과 사랑은 관객에게 진한 여운과 잔상을 남길 것이다. 배우들의 깊이 있는 연기와 독특한 소재, 뛰어난 영상미가 돋보이는 수작. (남경희/2018년 제23회 부산국제영화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