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한 세계도 인간의 드라마만큼이나 감동적이다. 상공에서 초원까지 급강하하는 카메라에는 이름 모를 수많은 벌레들의 희로애락과 생존경쟁이 펼쳐진다. 나방 애벌레들이 일렬로 나란히 줄 지어 꿈틀대며 행진하고, 촉촉한 이끼 위에서 슬그머니 다가선 두 달팽이가 사랑을 나누고, 쏟아지는 비 한방울 한방울이 이들에겐 폭포수의 크기로 다가온다. 이들에게 두려움의 대상은 예상 외로 너무나 작고 하찮은 것들이다. 커다란 이슬방울은 곤충들의 앞길을 가로막고 빗방울의 추락은 거대한 폭탄세례와도 같다.

순수한 아름다움 속 거친 야생의 모습을 간직한 얼음의 땅, 오모크. 황제 펭귄은 영하 40도의 눈보라를 견디며 알을 품어내지만, 새끼 펭귄들은 그 중 절반만이 살아남는다. 살아난 어린 펭귄들은 솜털을 벗겨내며 조금씩 커가고, 아빠가 그랬던 것처럼 자연의 신비로운 본능에 따라 이제껏 한번도 본 적 없는 바다를 향해 생애 첫 모험을 시작하는데…

지구의 환경이 빠른 속도로 바뀌어 가면서 인간은 생존을 위해 전력을 다하고 있는 중이다. <카먼 시퀜스>는 과학자, 어부, 연구원 등 다양한 그룹에 속해있는 사람들의 시선을 통해 멸종 위기에 있는 살라멘더 사과의 현재를 그림으로서 인간과 환경 그리고 DNA 복제의 유기적 관계를 실험적으로 그리는 다큐멘터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