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도 유전적인 영향을 받아 퇴행성 뇌질환을 갖게 된 주인공의 이야기를 3인칭 시점의 나레이터가 오디오북 읽듯이 풀어나간다. 초중반 갑자기 휘몰아치는 기괴한 사운드와 왜곡되는 이미지들로 인해 주인공의 절망과 정신착란을 직접 체험하는 느낌이 들기도 하고, 혹은 누군가의 악몽 안에 들어가는 것 같기도 한다. 그러다 가 뒤로 갈수록 점점 슬퍼지며 주인공에게 연민을 느끼 게 되는데, 마지막에 나레이터가 비극을 부정하는 방식 으로 나름의 이야기를 만들어내며 영화가 마무리된다.
카메라없이 처음으로 만들어진 작품. 실제로 필름 위에 나방의 날개, 꽃잎 조각, 풀 등을 콜라주 형태로 붙여놓고 일련의 프린트 과정을 거친 작품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이미 죽어버린 생명체가 작가의 손길을 거쳐 스크린 위에 다시 투영될 때의 빛의 숨결을 받아 새로운 생명으로 환생한다는 역설적인 메시지를 지니고 있다. 바로 빛의 깜박거림으로 인하여 영사기를 통해 보여지는 나방의 날개는 마치 살아서 움직이는 것같은 환상을 관객들에게 제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