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대 평화시장에는 가난해서 혹은 여자라서 공부 대신 미싱을 타며 시다 또는 공순이로 불린 소녀들이 있었다. 저마다 가슴에 부푼 꿈을 품고 향했던 노동교실, 그곳에서 소녀들은 서로의 이름을 부르고, 노래를 하고, 희망을 키웠다. 다른 시대를 살았던 청춘이 오늘의 청춘에게 보내온 편지.

2014년 4월 29일 생탁 노동자들이 노동 3권 보장과 안전한 먹거리를 위한 환경개선을 요구하며 파업에 들어갔다. 노동자들은 자신의 투쟁을 기록하기 위해 카메라를 들고 거리에서 자신들의 이야기를 외치지만, 법과 자본, 사람들의 무관심과 가족의 외면은 그들의 외침을 집어삼켜버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동자들은 다시 거리로 나선다.

도시의 하루를 열고 닫는 지하철에는 우리의 눈에 보이지 않는 업무를 수행하는 노동자들이 있다. 새벽 4시 숙직실을 나서는 기관사, 수많은 모니터를 앞에 둔 관제실 직원, 전동차 내부를 손 보는 직원, 역사를 청소하는 아주머니들, 전동차를 닦고 조이고 분해하고 조립하는 정비공들, 선로를 수리하고 점검하는 직원까지. "언더그라운드"는 그들의 노동을 존중의 시선으로 담아 내지만, 동등하게 다루지는 않는다. 이 가운데 어떤 노동에 특별히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것은 그들 노동에 차별과 위계가 있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근무환경이 열악하고 힘들고 위험한 일일수록 비정규직의 몫이 되는, 이른바 ‘죽음의 외주화’(혹은 비정규직화)라는 문제. "버스를 타라"와 "그림자들의 섬"에서 한진중공업의 노동 운동을 다룬 김정근 감독이 이번에는 부산도시철도의 비정규직 노동자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보다 적게 말하고 오래 관찰하는 이 영화는 신중하고 조심스러운 태도로 우리에게 말을 걸어온다. ‘언더그라운드’ 아래에 또 다른 ‘언더그라운드’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