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하지만 새로 태어날 아이에 대한 기쁨과 기대로 하루하루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 귀주와 그녀의 남편. 어느 날 몸을 움직일 수 조차 없게 이장에게 맞고 돌아온 남편을 보고 귀주는 이러한 이장의 횡포를 항의하기 위해 이곳 저곳을 돌아다니지만, 아무도 이 시골 아낙의 항의를 들어주지 않는다.

항일전이 한창이던 1939년, 중국의 한 가난한 산골에 구전민요를 수집하기 위하여 팔로군 병사가 찾아든다. 그는 그곳에 머무르면서 한 소녀에게 공산당의 거점인 옌안(延安: 연안)에서는 여성이 평등한 대접을 받는다고 말한다. 병사가 떠나고 얼마 후 돈에 팔려 마을의 노인에게 시집을 간 소녀는 힘겨운 결혼생활을 견디다 못해 옌안으로 도망가기 위해 강을 건넌다.

개성 강한 작가 중에서도 가장 독창적인 작가로 평가받는 미끌로쉬 얀초의 작품으로 1972년 칸 영화제 감독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붉은 시편은 단지 28개의 쇼트만으로 구성되어져 있는데 그의 작품은 발레를 보는 듯한 인물들의 움직임과 역동적인 카메라를 워크, 탁월한 색채 감각이 빚어내는 생동감 넘치는 이미지들이 특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