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한 세계도 인간의 드라마만큼이나 감동적이다. 상공에서 초원까지 급강하하는 카메라에는 이름 모를 수많은 벌레들의 희로애락과 생존경쟁이 펼쳐진다. 나방 애벌레들이 일렬로 나란히 줄 지어 꿈틀대며 행진하고, 촉촉한 이끼 위에서 슬그머니 다가선 두 달팽이가 사랑을 나누고, 쏟아지는 비 한방울 한방울이 이들에겐 폭포수의 크기로 다가온다. 이들에게 두려움의 대상은 예상 외로 너무나 작고 하찮은 것들이다. 커다란 이슬방울은 곤충들의 앞길을 가로막고 빗방울의 추락은 거대한 폭탄세례와도 같다.

젊은 에바가 자아를 발견해 나가는 과정에서 스스로를 공공의 볼거리로 만들어버리는 인터넷 시대의 단면을 포착한다. 그 속에서 에바는 ‘여자는 곧 어떠해야 한다’는 사회적 인식에 도전한다. 에바의 파편화된 성격들은 단일하게 고정된 정체성이라는 개념이 이제는 옛말이 되어버리고 새 시대가 등장했음을 드러낸다.

세계적 지식인 존 버거를 틸다 스윈튼, 콜린 맥케이브, 크리스토퍼 로스 등이 5년에 걸쳐 촬영한 다큐멘터리. 각기 다른 네 개의 에세이 영화는 알프스 생활의 여러 면을 담으며, 버거의 작품 속 아이디어와 모티프를 결합하여 총체적인 하나의 작품을 이룬다. 는 영화가 텍스트와 순수미술을 어떻게 넘어설 수 있는지를 다면적이고 다층적으로 묘사하는 작품이다.